▲ 우리들학교 기부천사인 박선영 홍보대사와 함께.     © 통일신문
지난달 23일 통일신문사 주관으로 13년째 맞이하는 남북청소년 통일글짓기대회를 통해 우리들학교의 탈북청소년들과 함께 임진각, 남북출입사무소(CIQ) 일대와 판문점을 방문하였다.

불과 몇 발자국 되지 않는 거리에서 대치중인 북한 군인들과 고향을 눈앞에 두고도 그저 바라만 보아야만 하는 탈북 청소년들을 보았다.

45분의 짧은 시간 동안 남북한 공동경비구역의 가이드라인에서 JSA경비대대 헌병의 통제 하에 고향을 눈앞에 두고도 우리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쉬운 마음만을 뒤로 한 채 그곳을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북측 판문점이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마냥 신기한 듯 사진을 찍어대는 남한의 학생들에게는 남북한의 대치상황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사실 나 또한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우리들학교에서 탈북 청소년들과 생활하지 않았다면 고향 쪽을 바라보기만 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분단이래 지금까지 2만4천여 명의 탈북자가 제3국을 거쳐 국내에 입국하였다. 제3국에서는 탈북행렬이 지금 이 시간에도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남한 국민들은 통일을 요원한 미래의 일로 외면하고 있다. 사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동안 탈북자의 입국이 천여 명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1998년 이후 최근까지의 국내 입국 탈북자의 증가 추세는 급격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언론과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또 한 부류의 新이산가족이자 북한에 고향을 둔 소수자로 남한사회 안에서도 가려져 있는 존재이다. 탈북민들을 일컬어 통일한국의 초석이니, 주춧돌이니 하는 말들은 많지만, 남한 사회의 모습은 여전히 그들을 동정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일시적인 물질 지원과 단발성 행사들만을 펼쳐 그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상황만을 반복하고 있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이곳이 바라보는 이들의 관점에 따라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들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을 여미는 이들의 갈림이 너무나도 극명한 모습과 함께 금번 남북청소년글짓기대회를 통해 벅찬 감동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였다.

바로 이곳에 온 남북한 청소년들이 이른 아침부터 온 종일 함께 거닐고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하나의 소망으로 하나 되어지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그토록 바라고 기다려온 통일이 바로 이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우리의 남북청소년들은 이미 이곳 판문점에서 작은 통일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미 우리의 청소년들은 통일의 여정을 거닐고 있었던 것이다. 남북한 청소년들에게 내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통일의 길을 열어준 남북청소년글짓기 대회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가운데 한반도의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진행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우리들학교 대표 윤동주

 

우리들학교 (탈북청소년대안학교)

우리들학교는 2010년, 3명의 전·현직 교사들을 중심으로 열다섯 분의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함께 당시 24살의 탈북 청년 한 명을 가르치면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학교의 학생은 두 명이 되었고, 그때부터 두 개 반을 편성하여 운영했다. 처음 이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은 몇 안 되는 학생들을 위해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는 일은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들 학교 개교 때부터 함께한 선생님들은 1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의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 출신과 학력, 실력이 천차만별인 학생들, 탈북과정에서 학령기를 넘어 정규학교는 물론 어디에도 갈 수 없는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학력과 실력을 주는 것이 그리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우리들학교에는 북한에서 탈북하여 중국에서 꽃제비로 방황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혈혈단신으로 한국으로 온 학생도 있고, 탈북 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중국 사람과 결혼한 북한 출신 여성의 아이들 중 입국 후 출신 국적을 중국으로 인정받아 정부의 탈북자 지원혜택을 받지 못해 이곳에 와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

또한 이제 더 이상 청소년이 아니라며 기초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사회로 내몰린 20대 중후반의 청년들도 있고, 일반학교에서 왕따로 시달림을 받다가 자퇴를 하고 온 학생,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엄마가 되어버린 여학생, 삼십대 후반을 훌쩍 넘어 아빠가 된 후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초등학교 과정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탈북 청소년 및 청년들이 공부하고 있다.

우리들학교에 재직 중인 전·현직 교사들과 전문인 자원봉사 교사들의 교육 기부와 재능 기부를 통해 대한민국의 다음 세대인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의 학생들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우리들학교는 외부의 지원 없이 자원 교사모임으로 시작한 학교이다 보니, 평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보증금과 월세의 부담의 적지 않다. 낯선 남한사회에서 내던져진 상태로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 학생들이 해맑은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며 교육을 통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면 교사들은 다시 기운을 내고 일어나 나아가게 된다.

우리들학교는 공교육과 사교육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이게 물질적으로는 아무 것도 없이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모인 전·현직교사 모임에서 이젠 어엿한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로, 방과 후 공부방으로 건실히 운영되고 있다. 학교가 설립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른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기까지 매일같이 봉사하며 도와주시는 보이지 않는 손길과 물질적인 후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들께 이 지면을 통해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기사입력: 2012/11/20 [15:35]  최종편집: ⓒ 통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