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대 늦깍이 탈북청년들 맞춤 지도하는 우리들학교 윤동주 교감 
 

탈북 과정서 학령 넘겨 기존 대안학교도 못 가

대개 사회서 학력차별 받아 입학…평균 24세↑

직장·아르바이트 등 사회생활 하면서 학업병행

中서 ‘꽃제비’대상 고아원 운영한 김주교장 설립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의 20%는 청소년기에 탈북한 경우다. 지금도 탈북가정의 자녀 교육 문제가 남한정착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각될 것이다.

작년 10월 국감자료에 따르면 범정부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탈북청소년의 중·고교 중도 탈락률은 8.8%로 남한중고생에 비해 6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런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중도 탈락 탈북청소년을 대상으로 대안학교들이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대안학교는 이들을 대상으로 검정고시 과정을 가르치며, 자체적으로 학력인증을 받은 학교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에서도 소외되는 대상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나이가 너무 많아서 대안학교에서조차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대개 대안학교는 만 24세 정도까지의 청소년들을 받아들이는데, 이 연령이 넘으면 정규학교는 물론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어디에서도 교육받기가 힘든 형편이다. 

특히 남한에 홀로 입국한 무연고에다 이 같은 대안학교의 도움을 받지도 못하는 경우에는 말 그대로 ‘낯선 남한사회에 내던져진 상태’가 돼 버린다.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 ‘나이만 많은 애어른’으로 험난한 남한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

‘우리들학교’는 이 같은 탈북청년들을 위한 대안학교다. 탈북과정에서 학령이 넘어버려 어디에도 갈 수 없는 학생들의 학력 구현을 위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내 초중고 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보완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 대부분은 학업시기를 놓친 나이 든 청년들이다. 이들 중에는 가정을 가진 사람도 있으며, 대개 직장, 아르바이트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다른 대안학교에 비해 우리 학교 학생들은 나이가 좀 많아요. 평균 연령이 24세 이상입니다. 나이는 16살부터 30대까지 다양합니다. 기존 대안학교에도 갈 수 없는 탈북청년들이 공부하는 곳이 우리 학교입니다”

5일 서울 관악구 신사동 난곡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우리들학교 교무실에서 만난 윤동주 교감은 이렇게 우리들학교에 대해 설명했다. 


 4.최소한의 자립능력 길러주는 게 궁극적 목표.jpg
▲ 우리들학교의 윤동주 교감(왼쪽)과 성미옥 교사(오른쪽)     ⓒ 통일신문 
 
우리들학교는 중국에서 10년 넘게 ‘꽃제비’라 불리는 탈북고아들을 대상으로 고아원을 운영했던 김주 교장이 3~10년 이상 북한학생들을 가르쳐온 활동가들과 함께 2010년 설립했다. 작년 8월께부터 준비해 10월 봉천동에서 도서관을 빌려 운영하다가 몇 달 전 현재 위치로 이전해왔다.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전일제 대안학교로, 통일부에서 방과후 공부방으로 승인받았으며, 오전9시부터 오후9시까지 교육하는 비기숙형 학교다.

현재 재적인원은 20여명 정도이며, 사회생활을 하다가 학력차별의 벽에 막혀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해 온 경우가 대다수다. 

윤 교감은 연령에 따른 소외로 교육기회마저 얻지 못하고 있는 실상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문제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들을 위한 재교육 시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이 부분을 정부차원에서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소규모라도 민간에서 먼저 활동을 펼쳐야 합니다. 우리도 돈 없이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윤 교감은 대안학교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만 밀집해 있는 현상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탈주민 대다수가 수도권에 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대안학교도 거의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지방에도 이런 학교들이 생겨나야 합니다. 일부에선 지방에는 학교를 세워도 학생이 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학생에 대해서도 배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들학교는 검정고시 일정에 맞춰 1년 과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윤 교감은 현재 대부분 대안학교에서 실시하는 대입 검정고시 위주 교육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검정고시 자격시험 수준이 너무 낮다는 게 이유다.

“단순히 대입검정고시를 통과하는 수준으로는 사회에 나가서 생활하는데 지장이 많습니다.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검시 통과여서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을 가지고 사회에 나간다면 3D직종에서도 일하기 힘듭니다. 어쩔 수 없이 모집할 때는 검시 대비로 모집하지만, 학생들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맞춤형 눈높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사는 모두 40여명으로 교장, 교감을 포함 4명의 상근교사를 제외하고 모두 자원봉사자다. 교사들은 전직교사, 학원교사, 대학원생 등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로 필요한 시간에 와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학생 수가 적다보니 거의 3:1, 2:1 수업으로 진행돼 교육효과는 대단히 높은 편이다. 

반면 학교의 특성상 수업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재적 20명 중 고정적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은 5명 정도인데, 학생들이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수업과정이 원활치 않은 경우가 많다. 수업시간에 늦거나 결석이 잦고, 사정이 생기면 연락 없이 오랫동안 안 나오는 학생도 비일비재하다. 

윤 교감은 생계, 북의 가족 문제, 탈북 브로커 비용 등 학교에서 도움을 줄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자원봉사 교사들은 재능을 기부할 뿐만 아니라 일부 후원금도 보태 학교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윤 교감은 “보수를 드리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이 선생님들께 대접을 잘 받는 것도 아니지만, 파주 용인 등 먼 곳에서 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 모두 학교에선 주스 한잔 마시지 않아요(이 대목에서 주스 대신 물 한잔 얻어먹은 기자의 선택에 자부심을 가졌다). 봉사정신이 없으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요”

학교 운영은 후원금과 교과부·통일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정부의 지원금은 운영비의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윤 교감은 특정단체 등의 지원을 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자원봉사자, 특히 대부분이 신앙인에다 오랫동안 탈북청소년들을 가르쳐온 전직 교사들이 주축이 돼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학교가 튼튼하다고 느껴집니다. 외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야 이곳에서 배우는 학생들도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는 진학(취업) 등 진로지도 시 1:1지도를 통해 본인이 잘하거나 좋아하는 전공(일)을 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릇된 명문대 선호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졸업률이 5%에 불과한데도 탈북청소년들은 무조건 명문대를 선호합니다. 그것도 자기 의견이 아니라 남들이 가니까 따라 가거나 장학금을 많이 주는 곳 등을 찾아 맹목적으로 진학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1:1지도를 통해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전공으로 선택하도록 상담하지만,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들학교는 탈북청소년들의 대학 진학을 목표로 운영하는 학교가 아니다.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큰 마음먹고 공부하러 온 늦깎이 탈북청년들이 낯선 남한 땅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자립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궁극적인 학교 운영의 목적이다.

“우리들학교 졸업생만큼은 사회에 나가서 헤매는 경우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하늘에서 개개인에게 내려준 능력에 알맞게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진심을 바라고 있습니다”

10년 이상 탈북청소년들을 가르쳐온 윤동주 교감은 학생들이 남한사회에서 어떻게 살기를 바라냐는 마지막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박일우 기자 free@unityinfo.co.kr

http://www.unityinfo.co.kr/sub_read.html?uid=9869&section=sc5&section2 
   
 
 
 
기사입력: 2011/07/25 [16:33]  최종편집: ⓒ 통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