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학교 학생들, 사진과 그림으로「우리는 서울에 산다」 펴내


탈북 청소년들이 책을 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우리들학교의 학생들이다. 책의 제목은 <우리는 서울에 산다>로 북한이나 중국이 고향인 학생들의 서울 살이를 담았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는 서울의 일상에 이들은 어떤 의미를 더했을까? 책을 펼치는 순간 이들 탈북 청소년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다가온다.
 
‘직접’ 그린 그림과 ‘직접’ 찍은 사진으로 채워졌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다. 보통 탈북자 관련 서적은 탈북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해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선한 의도와는 별개로 그들이 ‘타자화’ 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이 책은 좀 거친 느낌이 들 정도로 아이들의 그림, 사진, 생각을 그대로 옮겼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 생각을 그대로 봐달라는 듯 말이다.

다음은 책을 수놓은 아이들의 작품 중 일부다.

 

   
▲ 서울은 별이다

# 1 서울은 별이다
사실 서울 밤은 별을 보기가 힘들잖아요. 밤에도 조명 때문에 너무 밝아요.
고향엔 별이 엄청 많았었거든요. 그래서 대신 그림에서라도 이렇게 크게 그려봤어요.
보이지만 않을 뿐이지, 실제로는 이렇게 하늘에 있을 것 같아요. 뭐든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 서울은 극과 극이다

# 2 서울은 극과 극이다
서울에는 잘 사는 사람이 참 많아요.
근데 또 서울역에 가보면 어떤 사람은 집도 없이 역 바닥에서 박스 같은 거 깔고 자고 있고.
사람들한테 계속 돈 달라고 하더라구요.
서울은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
극과 극이에요.

 

   
▲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놀이터
# 3
놀이터의 모습을 찍었다. 나무 숲 안에 놀이터 있는 것이 느낌이 좋다. 근데 지금 여기가 없어졌다. 숲 속 놀이터가 없어지고 지금 주차장이 만들어졌다.

 

   
▲ 고기 뷔페
# 4
고기 뷔페를 자주 간다. 리필이라 참 좋다. 지난 생일 때도 소고기 한 마리를 내가 다 먹었다. 잘 먹는데 키가 안 큰다는 게 슬프지만…

 

   
▲ 하트 모양의 볶음밥
# 5
순대볶음을 먹으러 갔는데, 아저씨가 하트모양으로 순대볶음을 만들어주셨다. 나와 엄마의 단골집이라서 그런가? 기분이 무척 좋았다.


이외에도 수십 편의 작품들이 담겼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의 추억 그 자체이다. 마지막 챕터에는 이들의 솔직담백한 인터뷰가 담겼다.

“저희는 그냥 같은 인간인데, 다른 데서 왔다고 뭐라고 하지 말고, 그냥 남북 어차피 통일될 거잖아요. 그러니까 편견을 버리고, 그냥 한 나라의 민족처럼 생활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중국에서 왔단 말 듣고 인종차별 같은 건 좀 없었으면 좋겠구요. 그냥 따 시키는 거 그런 거 좀 하지 말고, 그냥 한민족이니깐, 어차피 북쪽도 한국이고 어차피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똑같이 대해주고, 다 같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박영화, 14세, 중국 연길)

“북한에서 이렇게 힘들게 온 우리 동포들 모두 힘을 내길 바래요. 뭐 그래도 좀 더 잘 살아보겠다고 왔는데 대부분이 다 비참하게 살더라구요. 친구들을 보면은 양쪽 부모님이 다 있는 애가 거의 없어요. 아빠나 엄마가 없으면 일단은 아빠든 엄마든 고생을 할 거잖아요. 그러니까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멋있게.” (문정민, 20세, 함경북도 회령시)

“서울에서 만난 사람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요? 남자친구도 고맙지만, 남자친구보다도 남자친구 부모님이 너무 좋으세요. 막 진짜 편견 같은 거도 없으시고, 바쁠 때 도와도 주시고, 좀 브로커 빚 때문에 엄청 그랬거든요. 막 지방도 왔다 갔다 하고. 근데 남자친구 부모님께서 브로커 빚 내주셨어요.” (조승희, 21세, 함경북도 무산군)

 

남이 본 탈북자, 언론이 본 탈북자, 나라에서 보는 탈북자가 아닌 순수한 탈북 청소년들의 생각을 엿보고 싶은 이들이 꼭 소장하고 있어야 할 책이다.

고향이 부산인 서울사람 23,016명.
고향이 대전인 서울사람 14,890명.
고향이 대구인 서울사람 13,310명.
고향이 광주인 서울사람 11,917명.
고향이 제주인 서울사람 5,268명.
...
고향이 북한인 서울사람 약 6,000여 명.

 

 

/우리는 서울에 산다, 6699PRESS 펴냄,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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