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관악구, 남북 청년 이해 돕는 ‘관악 남북청년 토크살롱’ 열어

남북 청년, 북한 음식 나누며 웃음꽃 평창겨울올림픽 단일팀 구성 큰 감동 역사 해석 등에선 달라진 모습 느껴 “‘남북은 가족’ 생각해야 통일 가능”

관악구의 청년문화 공간인 ‘신림동쓰리룸’에서 19일 남북 청년들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관악 남북청년 토크살롱’을 열었다.

“통일되면 ‘북한은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해요.”

청년문화예술 조직인 ‘아야어여’의 조용삼 디렉터는 19일 관악청년문화공간인 ‘신림동쓰리룸’에서 열린 ‘관악 남북청년 토크살롱’에서 북한을 이렇게 정의했다. 조 디렉터는 “한국은 대부분 분야가 레드오션인데, 북한은 뭐든지 창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곳”이라고 봤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쪽 청년들의 현실과 바람이 그대로 투영된 말인 듯했다.

토론에 참가한 대학생 이은수씨도 “어쨌든 지금은 남북한의 개발 정도에 차이가 있으니, 통일이 된다면 그 빈 곳을 메울 수 있는 산업이 발전하고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악구는 이날 남한 청년과 북한 이탈 청년들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관악 남북청년 토크살롱을 열었다. 북한 이탈 청년 4명을 포함해 30여 명의 남북 청년이 모여 격의 없는 토론으로 평화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관악구는 서울에서 1인 청년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방자치단체이기도 하다.

5일에 이어 두 번째 열렸지만, 시작할 때는 서로 데면데면했다. 하지만 곧 인조고기밥(콩깻묵으로 만든 콩고기를 밥에 넣어 양념한 음식), 북한 순대, 두부밥 등 북한 음식을 함께 먹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씩 바꿔나갔다. 

식사를 끝낸 남북 청년들은 ‘우리는 통일을 이렇게 본다’를 주제로 남북통일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토론은 사회적기업 에스이엔티의 송일근 문화사업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탈북다문화청소년대안학교인 우리들학교 윤동주 교장, 관악청년문화예술 조직인 아야어여 장화신 대표, 시민단체 ‘너나들이’에서 북한 이탈 주민들의 적응을 돕고 있는 임지은씨가 토론 패널로 나섰다.

20~30대 청년들의 관심은 취업·결혼 등으로, 상대적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은 낮다. 청년들은 왜 통일이 자신들과 ‘관련 없다’고 생각하는지 사회자가 질문했다. 

임지은씨는 “당장 취업에 급급한데 통일이 되면 나에게 어떤 이득이 될지 체감할 수 없어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이산가족인 외할아버지라는 연결고리가 있어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런 접점이 없으면 생각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요즘은 사소한 데서 행복을 찾는 ‘소확행 시대’라 더욱 그렇다”고 했다.

장화신 대표는 “당장 취업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는 청년들이 가장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가 정치다. 북한이라고 하면 우선 정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심에서 멀어진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윤동주 교장은 “청년의 삶이 학업과 취업 등에 맞춰져 있는 현실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처럼 청년들은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계기가 없으면 북한과 통일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가 없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이은수씨는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 북한 때문에 안보에 위협을 느끼는지, 통일을 원하는 한국인은 얼마나 되는지 항상 질문 받는다”며 “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비로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고 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북한 이탈 청년들은 대다수가 남쪽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이 보고 싶다”고 그리움을 내비쳤다.

김영식(가명)씨는 “남쪽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게 제일 좋더라”며 “통일이 되면 제일 먼저 고향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양성철(가명)씨는 “남쪽은 밤에 별을 보기 너무 어려워 북쪽과 풍경이 다르다. 북쪽은 전기가 없어 항상 밤에 별들이 초롱초롱 빛난다”고 했다. 이유리(가명)씨는 “통일되면 북한에 학교를 많이 세워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임지은씨는 “외할아버지에게 북한은 잘 떠나오셨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외할아버지 마음처럼 북한 이탈 주민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북한 이탈 청년들의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청년들은 언제 남북한의 동질감을 느꼈을까. 평창겨울올림픽 때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했을 때 동질감과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임씨는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면서 우리는 역시 한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통일을 위해서는 스포츠와 문화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했다. 이유리씨는 “통일을 해야 된다는 마음, 갈라진 부분을 합치자는 데 동질감을 느꼈다”고 했다.

반면 이질적인 부분도 확인했다. 남쪽과 북쪽은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역사 인식을 지니고 있다. 남쪽의 역사 교과서에는 신라가 처음으로 삼국 통일을 한 것으로 쓰고 있지만, 북쪽은 고려가 첫 통일을 이뤘다고 쓰고 있어 차이를 보인다. 남쪽의 시각으로는 남북통일이 역사적으로 ‘세 번째 통일’이라면 북쪽의 시각으로는 ‘두 번째 통일’인 셈이다.

“북쪽의 ‘얼음보숭이’는 남쪽의 ‘아이스크림’, 북쪽의 ‘단얼음’은 남쪽의 ‘빙수’죠.” “북한에 라면이 있을까 없을까. ‘있다’가 정답입니다.”

남북 청년들은 이날 밤늦게까지 남북 낱말 뜻 알아맞히기, ‘평화 통일 ○× 퀴즈’ 풀이 등을 하며 이질감을 극복하고 동질감을 회복하려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윤동주 교장은 “통일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얼마나 잘 준비하냐가 중요하다”며 “북한은 우리의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